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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안나푸르나 라운딩때 늦어도 오후 3시 전엔 그날 목표한 곳에 도착해서
일일정비를 하고 약간의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여기선 걸핏하면 해가 빠지고서다..
무리하게 밀어부쳐서, 걸음이 느려서, 쉬는 시간이 많아서, 여러가질 찾아보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일종의 욕심이지 싶다..
더 많이
더 오래
더 선명한
더 더 더 더----
좀 더 많이 얻기 위해선
좀 더 많이 기다려야 하고
좀 더 많이 포기해야 한다..
호수 상류쪽에 누군가 야영을 하고 있었다.. 같이 동참하고 싶었지만 너무 지쳤기에 입구에 있는 지붕이 빨간 롯지에 짐을 풀었다..
긴장이 가시니 급격한 체력저하와 함께... 두통이 오기 시작한다.. 쥔장 아줌마에게 갈릭 수프를 부탁하고 우선 뜨거운 진저 티를 마신다..
한 그룻을 다 비우니 한 그릇을 더 주신다..
진짜 오리지날 마늘 수프다.. 너무 진하다..
고소에 좋다는데.. 숟가락으로 먹지 않고, 그냥 마신다... 후루룩 짭짭... 그리고 방에 가서 침낭속으로...
지우개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깨긋하게 머릿속을 지워 버렸으면.. ~~!
한시간 두시간 시간이 흐르니 자연스레 두통도 사라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통과의례인가~!
허기가 져 계란후라이 얹은 볶은밥과 수프를 시켜 먹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방값은 비수기라 100rs 싸서 좋다..
컨디션을 봐 가며 2틀을 더 묵기로 결심하면서 밤하늘 별을 본다...
어떻게 저럴 수가~!
사진을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이상한건... 전날 아무리 고생했어도...5시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눈이 떠진다...
--매일밤 자기전 버너로 물을 뜨겁게 끓여 수통에 담아 침낭에 넣고 이리저리 굴린다...다행히 오늘 아침엔 미지근하지만 그럭저럭 마실만한
온도여서 커피를 넣고 위 아래 좌 우 아침체조를 한다.. 그리고 원샷~!... 전날 먹은 것들 때문인지 목이 많이 말랐었다..
생각은 고쿄리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었지만 걷는 것이 귀찮다.. 고쿄리 오르는 길에서 올라갈까 말까 고민하다...십여분 위로 걷다 내려온다.
날이 너무 좋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가 왔다고 날이 이렇게 좋은건가~!
간만에 휴식을 취해본다.. 아무런 부담감이 없다.. 오늘은 그저 쉬면서 정비나 하자...
우선 동네한바퀴 돌고
롯지로 돌아와 큰 양동이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 세수대야에 조금씩 담아가며 머리를 감고 얼굴과 발을 씻는다..
비눗물이 차면 그걸로 양말을 빨고 다시 씻고 나머지 물로 헹구고 빨고.....씻고 빨고 헹구고 세수대야 네번이니 모든게 완료..
아~! 이 개운함이란.~!
침낭을 늘고 신발을 말린다..
좋구나~!
흠~~~~~~~~~~~~~~~~~~~
날이 너무 좋으니 몸이 근질거린다..
어디든 가고 싶어진다..
고쿄리..
그래 바로 고쿄리..
내일 갈까도 생각했지만 오후2시에 출발하기로 맘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