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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벅찬 감동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두워가는 능선을 보며 불안해 오던 맘은 어느새 사라지고.. 화려하진 않지만 마지막 남은 불꽃처럼
연하게
부드럽게
희미해져 가는 고개 너머의 풍광은 넋을 잃게 만들었다..
빈약한 똑딱이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머물고 싶었으나
머물지 못하고
추웠다.. 아주 추웠다..
머리가 얼어 버렸나 보다..
이제 내려갈까..
사진 속 큰 호수 옆엔 아주 좋은 사이트가 있었다..
배낭을 풀려고 내려 놓으니.. 만사가 귀찮어 진다..
어떡할까~~~
우선, 머리가 아프니 조금더 내려가서 좋은 곳을 찾아보자...후...
그러나..
좋은 곳은 없다.. 또한 날은 칠흑같이 어두워져만 가고.. 두통또한 맘을 급하게 만들고 있었다...
길이 너무 가파르다...
이런.. 젠장.. 입에선 단내 대신 욕이 나온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노~!
간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이다..
---수학 정석의 첫페이지엔 집합이 나온다.. 난..항상 첫 페이지만 보고 책장을 덮곤했다..
---손바닥에 몽둥이 찜질이 몇번 있으면 스킵 스킵하면서 혼자 웃지 않고 친구랑 같이 웃었다..
---시험 시간엔 자와 콤파스...그런게 필요했었다... 간혹 운좋게 몇번 맞춘 적도 있었다..
짜릿함 속에서 난~경우의 수만 생각하고 있었다..
답을 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옛 스승은 항상 수업시간 졸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칠판에 하나의 선을 가리키며 눈에 보이는 하얀 이 실선상의 수만 바라보지 말고 나머지 여백의 허수를 생각하라고
---
===춥고 배고프고 어둡고 눈물겹고 무겁고 힘들고 불안하고 막막한 이 느낌....난 떨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마인드컨트롤 되지 못하고 그것에 지배받고 있기에....난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떨쳐버리지 않고는 도저히 앞으로 갈 수 없다..
환경과 맞설려고 온 것이 아니다..
그것을 그리워 하기에 밟은 곳이지 않느냐 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것이다..
내려가는 시간또한 만만치 않다..
마음이 안정되어 감에 따라 감각또한 되살아 나는듯 지각하는 모든 게 새롭다..
단...
두통은 가시지 않는다.. 일정하게 꾸준히 압박을 가해 오기에 계속 내려가야만 한다..
세시간 이상을 걸어서 내려왔다.. 시간은 아홉시를 넘어섰다..
길이 좋아지고 야크들이 누워있는 곳까지 왔다..
선택의 길이 나왔다..
멀리 밑에서도 불빛이 보이고 위에서도 보이고..
이젠 살았다 싶었다..
ㅎㅎㅎㅎ...
==깊고 깊은 산 중에선 불빛을 믿지 말라.. 가까우면서도 멀리서 피를 말릴 것이니...
첫번째 선택...
---생각기에 위가 추쿵이고 밑이 딩보체인 것 같았다..
---아직 추쿵의 불빛이 있으니 그리로 가자....
---가다보니 불빛이 사라져 버렸다.. 이런..
두번째 선택..
---아직 내눈엔 딩보체로 추정되는 곳의 롯지의 불빛이 보인다.. 저리로 가자
---길을 잘못 들어 섰으니 길은 만들면서 가고...
---손에 닿을 것 같지만 지쳐버린 끙끙 앓을 정도가 되어 버렸고..
---어느덧 10시가 넘어 가고... 보름달인지..이제 서서히 떠오르고... 롯지의 불이 꺼질까.. 조마조마하고..
어데 누구 좀 날 도와주지 않겠소?
외쳐본다..
헬미..
플리즈 헬미..
머리 아파 죽겠단 말야..
가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땐 화가 난다..
하하..
그러나 화내기 무섭게 누군가 랜튼을 들고 나에게로 뛰어온다..
난 주저앉아 버리고만다..
----나 좀 도와주쇼.. 죽을 것 같아요..
그들의 부축을 받으며 그들(형과 아우)의 롯지로 가서 방안에 주저앉아 누워버린다...
----진저티랑 레몬티 좀 갖져다 줄레요..
----침낭을 꼭 둘러말고 누워 있으니 따듯한 차를 가져오고 갈릭 스푸까지 끓여온다..
마시고 먹고...
누워서...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