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4. 14:56ㆍ히말라야/쿰부히말
아직 배낭속엔 한 병의 투벅이 남았사옵니다..
-- 이걸 들고 가야 하나이까, 버리고 갈 것이외까, 아까워 마시고 가야 할까요..
간단하외다... 배를 채워요.. 배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 않았소이까~ 마셔요 마셔... 시원할 것이요..
몸에선 열이 나기 시작했다.. 꼭두새벽에 마시는 것인진 몰라도 어제에 이은 투벅의 후끈함은 2시간 혹은 3,4,5시간이 걸릴 수 있는 길에 대한 설레임 보다는 에헤라 디야.. 발간 볼이 빨갛게 더 빨갛게.. 허전한 새벽을 흔들고 있었다..
롯지의 쥔장은 다리 두 세개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면 남체라고 말했다..
위에 보이는 다리만 지나면 남체로 가는 것이다.. 빠르면 한시간 늦어도 두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중간 지점에선 뷰포인트(우측편)가 있어 에베레스트를 볼 수도 있다..
이제 남체만 가면 모든게 쉽게 풀리리라.. 어느 곳을 갈까요.. 즐거운 갈등만 남게 될 것이다..
자축은 새벽부터 이어졌으니,,, 그러나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빙빙빙 몸도 돌고, 머리도 돌고... 출렁거리는 다리 위를 세바퀴 돌고..
너무 돌아 버렸나..
그래
너무돌아 버렸구나..
네시간 반이 걸렸구나...
땅은 메말랐고, 남첼 오르는 이들의 걸음은 바쁘다. 포터들, 주민들, 루클라로 향하는 트레커들.. 무거운 짐을 헐떡이며 나르는 야크혹은 당나귀들... 푹죽뒤 사방을 휘도는 연기처럼 밟히고, 갈리고, 짓이겨진 새하얀 길은 뿌옇게 길을 에워싼다..
콜록콜록.....
정오가 되기 전 남체의 입구를 밟을 수 있었다..
이곳에선 하루를 쉬고 가리라... 날씨 또한 반겨주니 하하 내가 오긴 잘 왔구나라는 생각을 10여분 멈춰선 자리에서 미소를 머금어 본다.
체크포스트가 있다.. 팀스와 입장권을 확인한 뒤 맞은 편 수도가에서 세수를 하고 하늘을 바라다 본다.. 역시 맑다.. 그래 오늘도 내일도
계속 그렇기를 바란다..
배낭을 벗고 메기가 힘겹다.. 취기도 가셨고, 슬슬 배도 고파 오기에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체크포스트앞에) 두 갈래 길이 있기에..
어느 길이 빠르나요.. 윗 길은 약간 가파르지만 힘들고, 아랫길은 길지만 느긋이 갈 수 있습니다..
---매번 선택한다... 아랫길로 갈라요~~~!
오늘은 금요일이다.. 쉬기엔 너무 좋은 요일이다..
땀으로 젖은 신발을 창가에 말리고, 모든 장비를 배낭에서 분리...정열...정돈...버너를 꺼내 개스를 연결하고...우선, 커피한잔...
창에 걸터 앉아 남체와 이름 모를 히말의 정취에 커피의 향이 햇살에 녹아 눈시울을 불킬 것 같았다..
그러나 배꼽시계는
이미
점심이었으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쿰부 롯지를 들렀다.. 비수기지만 트레커들이 많은 듯 느껴졌기에 좀 더 조용한 윗쪽 롯지로 자리를 정했다..
조용히 쉬면서 정비를 하고 싶었다..조용히 낮잠도 즐기면서...후후
대부분의 롯지는 200루피를 받았다.. 내부에 화장실이 딸린 방은 많이 더 비쌌지만 내겐 꿈같은 것이겠지..후후
이제까지 머물럿던 롯지 중 단연 최고다.. 깨끗하고...시설도 좋고... 이코노미에서 비지니스클래스로.. 업글된듯..후후
역시나 나 혼자였고, 배터리 충전은 무료였으니 쾌재라...~!, 돌려가며 모든걸 충전 충전....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시켜본다..
육포도 좋지만 간만에 고기 한번 뜯어보자꾸나..
평화롭다.. 많던 여행객들의 발길도 이젠 드문드문
아름답다.. 많던 구름들은 서서히 발길을 아래로 아래로..
12월이다.. 많던 열한달의 시간과 12월의 시작은 그 누굴 사랑할 심장이 없는 나에게 허브를 만들기 시작한다..
누워 있으려니 좀이 쑤신다..
잠자기엔 너무 좋은 날이렸다..
밖으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