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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14. 14:48히말라야/쿰부히말

 

새벽6시 어김없이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본다..

맑은 날이나... 구름이 하나 둘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2틀 동안의 변덕스럽던 일기는 이제부터 달라지기를 기도하며 눈을 비비고

침낭을 걷어내고 따듯하게 다운파카를 걸친다.

피로는

루클라의 상쾌한 공기와 붉게 물드는 선라이즈로 인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오히려

루클라의 음산하리만치 평화스럽고 고즈늑한 정취로 인해 엔돌핀이 솟는듯 이잡듯 헤집고 다닌다.. ..이상한 뇌를 가졌나..~~!

 

 

 

첫만남 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들뜬 그리움을 더욱 부플게... 저 봉우리는 그렇게 불타고 있었고

난,

순진한 아이마냥 입이 째지듯 웃으며 끝에서 끝까지 돌고 돌고 돌고.........너무 돌았나........

허기가 지기에 룸으로 돌아와 쵸코바를 먹고 커피를 끓이며 하루의 그림을 그린다.

준비할 것이 많아졌다.

루클라에 온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라면이랑 여러부식을 사야 하기 때문이었다. 일주일간 많은 것을 먹어치웠기에...

준비해간 김치팩은 이제 4개밖에 남지 않았고, 고추장은 한팩...라면은 타멜에서 열 봉지를 샀는데(한봉지 70rs) 이제 세개만..

쵸코바도 필요하고 육포는 아직 많고, 커피도 넉넉하고...비스켓은 좀 더 사야겠고...치즈도 필요하고...야채도...

에궁~` 너무 많이 필요하다...........지도도 한 장 있으면 좋겠으나 이건 포기하자........

무게가 여행을, 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것이었으나 하루 일정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었기에.

------ 아침과 저녁은 대부분 롯지에서 해결했으나 점심은 전망 좋은 곳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자리를 깔고 누워서 즐겼으니..

 

 

 

아침 7시가 되니 상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둘러 나오는 트레커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였지만 못내 아쉬웠다.. 같은 롯지 였다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을텐데라는.....잘 가라는 말만 되풀이 했지만 그들의 얼굴에 씌어진 표정과 거울에 비친 내 모습과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으니.. 이건 뭐지.. 차차 느끼게 되겠지... 차차... 하루 더 여기에 머물까라고 고민하다...장보고 바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나나 난 이제 즐거울 일만 남았을 뿐이다.. 우하하하하...

생각했던 것보다 식료품 값이 싸지는 않다.. 라면과 초코바 프링글스 비스켓 치즈 파 마늘 당근 감자를 샀다... 만만치 않은 액수의 것이었지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그나마 물은 동네 수도에서 받아서 마셨으니 한 걱정 덜 수 있었던 것 같다... ㅋㅋ

 

 

 

여기는 다시 돌아올 곳이기에 그리 미련은 갖지 말고 떠나자...흠...

다시 돌아올 곳.... 이 말을 주의깊게 생각해본다...

어둠이 걷히고 햇살이 대지를 비추면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어제의 일은 잠시 묻어두고 새롭게 펼쳐진 길을 신나게 달려 보는 것. 이게 바로 이 길을 걷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조금 늦었지만 출발한다... 어디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남체에 가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최대한 많이 가자... 가서 쉬자.. 가서...하하..

 

 

가는 도중에 축배를 들이키고 싶었다..

과한 욕심이었으나.. 맥주를 사고 싶었다...... 맥주 한병에 300루피 이상을 받으니... 그래도 그래도... 하는 맘에 두병을 배낭속에

~~~~~~~~~~~~~~~.....

그래도 그래도..

맘에 드는건 그 양이 맘에 들어서이다..650.. 이걸 어디서 마실까나.. 흔히들 고소엔 알콜이 좋지 않다던데.. 혹은 술에 강한 사람들은 고소에도 강하다던데...

앞으로 더더더더 높이 올라야 하는데..

그래도 그래도..

기분이 맘이 그래서 출발한지 십분이 채 지나지 않아 한병을 원샷~~`.. 샷~~.. 맛있다.. 풍부한 맛.. 얼큰한 맛.. 짜릿한 맛..

알리라.. 맥주를 마셔본 사람들은..

여긴 세가지 종류의 맥주를 판다.. 투벅, 산 미구엘, 에베레스트.. 그 중에서도 난 투벅이 맘에 든다.. 왜 이리 맛나는 거야...왜이리..

루클라 입구를 나서면 내리막이다..겁난다.. 내리막은..

 

 

 

 

 

 

 

그래도 그래도

길은 즐겁다.. 들뜬 부픈 맘을 더 크게 만들고 있으니..

흔히들 루클라에 도착하면 팍딩에서 하루를 묵어간다했지만

난,

그저 지나쳤을 뿐이다..

더 높이 더 멀리 가고 싶었을 뿐이다..

 

 

 

 

 

 

 

길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가는 도중 방문할 곳이 몇군데 있었지만 나에겐 사치리라 느껴졌으니... 머릿속엔 오직 남체만이 자리잡아..

이 다리만 지나면.. 이곳만 지나치면..

-----언제 이런 조급증을 떨쳐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너의 모습을 가슴속에 품을 수 있으려나..

눈으로 보는 것만 믿으려 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 또한 눈속에 넣도록 노력할지니...

오전부터 들이킨 투벅은 두어시간 내내 실없는 바보처럼 갈지자를 만들게 했으니.. 하루가 빙글빙글..

- 자갓 팍딩 몬조를 지나 조르살레의 경계에 체크포스트가 있었다.. 입장료1000rs와 팀스를 확인한 뒤 조르살레로...

기실 루클라에서 남체까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크게 루클라, 남체, 그리고 세가지루트의 트랙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기에 내가 가자고 한 루트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 전까지 남체바잘까지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다른 여타의 여정에 대한 느낌은 눈속에 갈무리 한체 망연한 그리움의 대상에 대한 동경과 설레임만 가질뿐 다른 어떤 의미도 두지 않았다..

그래도그래도 그래도그래도 기분은 좋았다..조금의 약간의 후회는 했었지만(너무 이른 축배의 잔에 붉어진 얼굴이) 애써만든 팀스카드와 입장료 영수증을 손에 쥐니 쿰부 히말이 손 안에 다 들어 온 것 같았으니 말이다..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인데.. 이제 국립공원 입장료 끊어놓고 좋아하는 꼴이지만.. 이걸 끊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을 걸어왔든가~1..

2년전 안나푸르나 어라운드, 랑탕밸리에 이은 세번째의 것이다...

 

 

 

 

조르살레에서 이르러 하루를 묵게 되었다.. 아니 여기까지밖에 올 수 없었다. 하루에 갈 수 있는 길은 정해져 있다--걸을 수 있는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었다..

방을 잡고 흥정한 뒤 저녁을 기다리며 찬물에 머리를 감고 양말을 빨고 발을 씻었다... 이곳 또한 밤을 지새는 트레커는 나혼자이기에 쌀쌀해지는 기온만큼이나 맘 또한 쓸쓸한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깥주인이 돌아 와서야 난로에 불을 피우고 양말을 말릴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포식자의 얼굴로 저녁을 삼켜나갔다.. 오!~ 이 꿀맛같은..... 밥알이 날아가는 쌀, 한국의 쌀과는 다른 특질을 지니지만 그 나름데로의 느낌은 있다.. 첨엔 다소 거북한 맛이었지만 갈수록 맘에 와 닿았다....나같이 살이 많이 찐 사람에겐 이런 쌀이 더없이 좋은 것이었다... 소화가 잘되고 칼로리 적으니 살빼기에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이어지는 이야기..

아저씨는 말주변이 상당히 좋은 것 같았다.. 다정한 어감속에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처럼 매일매일 짓누르고 있었던 불안감과 의문점들이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하나씩 해소되었다...

이곳 ..롯지는 대부분 숙박보다는 지나가는 트레커들의 점심식사로 수입을 올린다 했다.. 주인아저씬 가이드나 원정대의 일원으로 참가하기도 하고 봄엔 감자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 삶을 일구어 나가고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난 내가 알고 싶었던 루트에 대해 하나하나 질문을 던지고 조언을 구해본다..

낭파라 패스...렌조라패슬 지나 고쿄... 촐라패스 칼라파타 그리고 콩마라 패스를 넘어 추쿵 이게 내가 계획한 루트입니다..

여러사람들에게 물 어 봤지만 제되로 된 답을 못 얻었습니다.. 혹, 이들 패스를 넘어 본 경험이 있으신지요..

예, 물론입니다.. 렌조라는 5-6년전에 트레커들에게 허용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 두번을 넘어봤는데... 그리 어렵지 않은 길입니다.. 촐라패스는 변수가 없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고요.. 콩마라는 아주 유쾌하게 넘을 수 있습니다..그리고 지금(12월)은 눈이 오지 않는 시기이기에 걱정 붙들어 매시고 푸근히 무사히 계획하신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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